
보도자료
참사 초래한 ‘층간흡연’…제재 방안 없나?
아파트관리신문 2024.04.17. 입력
서울 등 이웃분쟁조정센터 운영
관리규약 벌칙조항 활용도 가능
서울북부지방 검찰청 강력범죄전담부는 지난 성탄절 2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 도봉구 아파트 화재 원인이 아파트 세대 내 흡연이라고 3일 밝혔다. 최초 발화 세대 입주민 A씨가 신문지와 쓰레기봉투 등이 쌓여있는 방에서 약 7시간 동안 연거푸 흡연을 했고 불씨가 남아있는 꽁초를 둔 채 방을 나갔다. 관리사무소가 ‘실내에서 흡연을 하지 말아달라’는 안내방송을 했음에도 A씨는 수시로 담배를 피웠고 결국 참사가 발생했다. 이처럼 층간흡연은 입주민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지만 관리사무소 입장에서는 마땅한 제재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연도별 층간소음·층간흡연 민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층간흡연으로 접수된 민원은 3만5148건으로 2020년 2만9291건에 비해 20% 가까이 늘어났다.
관리사무소는 층간흡연을 제재하기 어렵다. 공동주택관리법 제20조의2에 따르면 공동주택 입주자등은 세대 내 흡연으로 인해 다른 입주민등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간접흡연으로 피해를 입은 입주자등은 관리주체에 이 사실을 알리면 관리주체가 흡연 입주민에게 담배피우는 것을 중단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
이 경우 관리주체는 사실관계(흡연여부) 확인을 위해 세대 내 확인등 조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층간흡연으로 인한 간접흡연 피해를 끼친 입주자등은 관리주체의 권고에 ‘협조’해야 한다고만 명시돼 있다. 관리주체는 입주자를 대상으로 흡연 중단 권고 및 간접흡연 예방과 분쟁 조정 등을 위한 교육을 할 수는 있지만 흡연을 중단시킬 권한은 없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제9조 제5에 공동주택 거주 세대의 과반수가 그 공동주택의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지하주차장 등의 일부 혹은 전부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관할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 등에 신청하면 해당 공동주택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공용부분인 계단·지하주차장 등의 공간만을 금연공간으로 지정할 수 있을 뿐이며 세대 내 공간에 대한 언급은 없다.
다만 아파트가 자체적으로 관리규약에 입주자들의 동의를 받고 층간흡연 문제를 명시해 벌칙 조항을 포함시킬 수 있다. 서울시 공동주택 관리규약준칙은 1차로 경고, 2차 위반금 부여, 3차 위반금 체납 시 관리비등에 가산금 징수 및 민사소송법에 따른 지급명령신청, 소액사건 심판법에 따른 소액심판청구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아파트가 자체조사를 통해 층간흡연자가 누구인지 조사해야 하는 등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있다.
한편 서울시나 경기 평택시 등은 층간흡연을 포함한 이웃 간 생활 분쟁과 갈등 봉합을 위해 전문가의 조정을 통한 합의를 지원하는 이웃분쟁조정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조정 위원으로는 변호사, 법무사, 조정전문가, 건축가 등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해 조정을 돕는다. 조정 과정을 거쳐 합의가 완료되면 합의에 대한 내용을 ‘조정조서’로 남기며 민법상 새로운 법률관계를 창설하는 화해계약의 효력을 갖게 된다. 재판상 화해와 달리 즉각적 집행력을 가지지는 않지만 향후 소송을 진행하게 된다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참석을 강제할 수 없어 한쪽 입주민이 조정을 거부하면 절차의 진행이 불가능하다.
서울시 주택정책실 관계자는 “층간흡연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이웃간 대화와 합의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웃분쟁조정센터를 이용하거나 관리규약을 통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린 최승관 변호사는 “공동주택관리법이나 관리규약 등을 통한 층간흡연 제재는 사유지인 세대 내 공간을 ‘조사’한다는 어려움이 있어 사실상 불가능”이라며 “층간흡연 대책은 흡연자들의 인식변화와 양심 등에 기대는 방법 혹은 불과 2010년대 초반까지 식당·카페·주점 등 공간에서 자연스레 담배를 피우던 것을 법으로 전면 금지한 것과 같은 강력한 방안이 아닌 이상 갈등은 계속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현재 기자 juna98@aptn.co.kr
